요즘 폐렴 바이러스가 유행이라 학교나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많이 아프다.
여지없이 우리집도 바이러스가 돌더니 남편은 주말에 앓아눕고 첫째까지 열이 많이 올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날마다 노래를 부르더니 아파도 좋아했다. 몇 일 동안 첫째와 함께 하느라 내가 마음이 많이 지쳤었나 보다. 아픈 것이 좀 가시고 나더니 열이 38도 정도여도 팔팔하다. 쉴 새 없이 떠들고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조르고 동생들이 오면 뭔가 구박할 것이 없는지 찾기 바쁘다. 그 모습을 보자니 계속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항상 둘째와 셋째가 하원하면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터라 같이 놀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놀아달라고 하는 아이들과 구슬잡기 게임도 하고 젠가 나무블럭으로 집도 만들면서 그래도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첫째가 오더니 젠가를 하자고 하길래, 뭔가 좋은 말로 해도 다른 걸 제시해도 토라질 것 같아 둘째와 셋째를 구슬려 젠가를 하기 위해 나무블럭을 쌓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첫째가 둘째에게 잔소리 폭격을 시작했다. 너는 쌓지 않고 왜 넘어지지 않게 다듬기만 하냐, 가위바위보를 할때 왜 늦게 내냐, 보고 낸 것 아니냐... 이제 둘째도 지지 않고 대들기 시작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싸우는 모습도 보기 싫었고, 첫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두번도 아니고 왜 매일 반복 되는 거지? 참고 이해하고 잘 다독이던 나는 저 멀리 보내버리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전 일까지 꺼내서 아이들에게, 특히 첫째에게 훈계 아닌 훈계를 시작했다.
둘째는 셋째에게 바르게 앉아, 엄마 말씀 잘 들어~라면서 가이드를 하지만 그 모습을 첫째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불만 가득한 어투와 표정으로 몇 마디 했다가 나의 대상이 아주 첫째에게 향해 버렸다. 그 와중에 둘째와 셋째도 싸우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모아두었던 기까지 끌어올려 정말 크게 '야!!!!' 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짜증이나고 화가나 이런 상황을 무섭게 변한 엄마로 제압하고 싶었다. 물론 아이들 모두 겁을 먹고 막내는 울기 시작했고 첫째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상황이 너무 싫어 방으로 피해 문을 걸어 잠궜다. 나 혼자만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어두운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너무 서러웠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나의 상황에서 육아란 참 외로운 것이었다. (남편도 퇴근해서 애쓰지만 아이들이 한창일 시간에는 남편이 없다ㅠ) 나의 노력으로도 해결되어지지 않는 첫째의 어떤 행동과 둘째의 방 문틈에 넣어준 따뜻한 편지와 셋째의 겨울왕국 안나 노래가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셋째는 계속 문을 두두리며 "똑 똑똑 똑똑, 나랑 같이 눈 사람 만들래? 제발 좀 나와봐~...난 지쳐가나봐~~" 열심히 노래를 불러댔다. (셋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화를 내는 첫째에게 둘째는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실거야, 나도 그랬던 것 처럼. 그러니 그냥 있자." 라고 말하는 것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결국 빨개진 눈으로 나온 나에게 아이들은 차례로 와 미안하다 했지만 정작 지나고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한건 나의 분노였다. 도망치고 싶은 분노였고 지친 마음에서 나오는 분노였어서 더 미안했다. 그래서 나 또한 미안했다고,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우리 배려하고 서로 잘 지내보자 용서도 구하고 다짐도 했다.
쉽지 않다. 예상도 안 된다, 육아는. 그러나 길고 긴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여정에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제발, 돌발상황들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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